젠슨 황 미국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 소위 ‘깐부회동’으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만 갈 것 같은 젠슨 황 CEO가 ‘치맥회동’을 제안한 다음 날, 엔비디아는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에 총 26만 장, 최대 14조 원에 달하는 GPU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역사적인 ‘깐부회동’으로 한국은 경제적인 성과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K컬처와 K푸드의 인기를 확고하게 증명하게 됐다.
‘깐부’는 한국의 ‘치맥’ 브랜드이자 친한 친구를 뜻하는 속어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단어다.
한편 ‘치맥’은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도 등재되며 K컬처의 상징어로 자리매김했다.
OED는 ‘치맥(Chimaek)’을 두고 “영어로 ‘튀긴 닭’을 뜻하는 ‘치킨’과 한국어 ‘맥주’의 합성어. 프라이드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K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국 밖에서 대중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OED의 설명대로 한국의 치맥 문화가 세계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14년 SBS TV ‘별에서 온 그대’에서였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천송이 역을 맡은 전지현이 “치킨에는 역시 맥주지”라며 치맥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중국에서조차 닭이 날개 돋친 듯 팔렸으며 2016년 3월에는 중국 아오란그룹 직원 6000명이 단체로 인천을 찾아 ‘별그대’ 촬영지를 방문하고 월미도에서 대규모 치맥 파티를 여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 2019년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땅굴을 통해 평양에서 서울로 잠입한 북한군 대위 정혁(현빈)이 치킨집에서 재벌가 세리(손예진), 다른 북한군 동료 등과 함께 축구 중계를 보며 치맥을 즐기는 장면이 비중 있게 그려졌다.
같은 해 배우 류승룡은 액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19)에서 위장으로 치킨집을 운영하는 경찰 ‘고 반장’을 연기했으며 디즈니+ 히트작 ‘무빙’(2023)에서는 치킨집 사장으로 살고 있는 괴력의 블랙 요원 장주원 역을 맡았다.
배우 한석규는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tvN ‘신사장 프로젝트’에서 전설적인 협상가 출신으로 치킨집을 운영하는 신사장을 연기해 다시 한번 치맥의 인기를 증명했다.
KBS 2TV ‘황금빛 내인생’(2017년)에서는 재벌집 막내딸 서현(이다인)이 가난한 청년 지호(서현수)의 손에 이끌려 한강에서 겨울 치맥을 경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드라마 이후 외국인 관광객에게 치맥은 ‘한강의 낭만’으로 인식됐다.
사실 치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에도 한국의 숱한 ‘호프집’에서는 기본적으로 치킨을 팔았다. 느끼한 치킨에 곁들이는 한 모금의 맥주는 천상의 궁합이며, 치맥을 취급하는 호프집에서 대형 화면으로 축구 중계를 관람하는 일은 한국인에게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혈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며 지나친 치맥을 경고하고 있다. 치맥이 건강한 삶을 가로막는 산맥이 되지 않도록 적절히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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