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에도 버텨온 세계경제가 국제유가 추가 상승이라는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공격 재개 가능성이 원유 공급 불안을 키우는 가운데, 비축유와 상업원유 재고 감소로 유가 급등을 막을 여력도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6일 미국이 대이란 공격을 재개하면 공급망 차질과 낮은 재고가 맞물려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iM증권이 이달 블룸버그·CEIC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제시한 미국 전략비축유는 2월 말 약 4억1500만 배럴에서 이달 중순 약 2억8300만 배럴로 줄었다. 약 1억3200만 배럴, 32% 감소한 규모다.
미국 등 주요국은 이란 사태 초기에 비축유를 방출해 유가 상승을 억제했지만 충돌이 길어지면서 대응 여력이 줄고 있다. 미국 상업원유 재고도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에 근접해 추가 공급 차질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M증권이 제시한 이달 2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103.27달러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 중간선거 이후 공격에 나서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최고치인 4월7일의 112.95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공격이 장기화하면 배럴당 150달러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추가 공격은 원유 생산과 수송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이란의 보복으로 걸프지역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충돌에 미국이 개입하면 홍해를 지나는 원유 수송과 물류에도 차질이 커질 수 있다.
관건은 고유가 장기화
높은 에너지 비용이 오래 이어지면 기업의 생산·운송비가 늘고, 가계는 연료비 부담에 다른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기업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물가 부담도 지속한다.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를 잡기는 어려워지는 구조다.
박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해도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피로가 쌓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유 공급망의 심각한 훼손까지 더해지면 경기와 자산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주요국 경제는 아직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iM증권이 2026년 10월 제시한 주요국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을 웃돌았다. 고금리·고물가와 인공지능(AI) 투자 우려에도 버티고 있지만, 추가 유가 충격의 크기와 지속 기간이 향후 경기 흐름을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미국이 단기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에 타격을 줬다는 명분을 확보한 뒤 군사개입을 줄이면 유가는 급등 후 빠르게 안정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 군사작전을 이란 사태의 출구전략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는 협상으로 풀 여지가 생긴다.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줄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완화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추가 공격이 단기 충돌로 끝날지, 공급망 훼손을 동반한 장기전으로 번질지가 핵심이라고 봤다. 비축유라는 완충장치가 약해진 만큼 고유가의 지속 기간에 따라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부담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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