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친구들은 하나둘씩 자기 집을 마련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많은 30대가 이런 고민을 한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고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높은 가격을 감당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 바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다.
실제로 2024년 30대가 40대를 제치고 가장 적극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연령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가 반드시 합리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유’ 자체가 아니라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거 방식이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 증식의 수단이자 사회적 안정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치솟는 집값과 전세 사기 문제로 주택 소유는 점점 더 어려운 목표가 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연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고 중산층조차 내 집 마련을 위해 삶의 질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이다. 더 이상 ‘소유’가 유일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주’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운영하는 임대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한 기업형 임대주택 모델은 안정적인 공급과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 임대인과 달리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주거 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추진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유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통해 기업이 최소 20년 이상 임대주택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임대료 규제를 완화하면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정착되면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변화가 기대된다. 우선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가능해져 임대료 급등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기업이 운영하는 주택은 품질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므로 기존의 개인 임대주택보다 주거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기존의 전세 사기 문제처럼 임대보증금 반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임대료 규제 완화가 세입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기업이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지 않고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내 집 마련’이 안정적인 삶의 필수 조건인 건 엄연한 현실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이런 인식에 균열을 일으키려면 단순한 대안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가성비 있는 임대료·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주택 소유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흔들린다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여야를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형 임대주택이 주택 시장에서 자가 소유와 전세를 넘어서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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