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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인도가 2020년 히말라야 분쟁지역에서 무력충돌 수준의 갈등을 보인 지 5년 만에 관계 개선에 나섰다. 19일(현지 시간) 3군데 지정된 곳(리풀레크·시프킬라·나툴라)의 국경무역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인도 외교부 발표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양국은 무역 및 투자 흐름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도 합의했다. 중국·인도 국경무역은 2020년 군사적 충돌로 중단됐었다. 국경 분쟁지인 인도 북부 라다크 갈완계곡에서 양국 군대가 부딪혀 두 나라 군인 20여 명이 숨진 사태였다.
인도 외교부는 또 “중국 본토와 인도 간 직항 항공편 연결을 가능한 한 조속히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순례자 교류 재개 등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시 중단된 뉴델리~베이징·뉴델리 상하이 노선이 갈완계곡 사태 때문에 회복되지 못했었다. 인도와 중국은 또 양국 관광객과 기업인·언론인 및 기타 방문객들에 대한 비자 발급 간소화, 2026·2027년 인도와 중국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개최 상호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의 수문(水文) 정보 공유 안정화 소식도 전해졌다. 이는 강물의 수위·유량·홍수 발생 가능성 등 수자원 관련 데이터 주고받기를 뜻하며 중·인 사이에 매우 민감한 주제의 하나다. 별명이 아시아의 물탱크인 티베트 고원 상황은 갠지스·브라마푸트라(야룽창포)·메콩·살윈·인더스 상류 등에 영향을 준다. 중국 측이 수원(水源) 정보를 제공해야 인도에선 홍수·가뭄 대비가 가능한데, 2017년 도클람 국경 대치 때 중국이 “수문관측소 보수”를 이유로 자료 제공을 갑자기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사실상 중국의 대(對)인도 외교적·정치적 카드로 이용돼 왔다.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의 인도 방문은 현 국제 정세 속에 특히 주목된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 및 아짓도발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담에서 국경 안정과 무역 문제를 포함한 양국 교류 방안이 논의됐다. 왕이는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양국은) 정확한 전략적 이해를 수립하며 서로를 파트너이자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경쟁자나 위협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이샨카르 장관 또한 “양국이 최대 개발도상국으로서 모두 다자주의를 견지하며 공평한, 균형 잡힌 세계 다극화 추진에 힘써 왔다.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3년 만에 인도를 방문한 왕이의 행보에 따라 히말라야 국경 지역의 ‘신뢰구축 메커니즘’ 설립, 전문가 및 실무 그룹 구성 등 구체적인 조처들이 이뤄졌다. 중국은 이번에 인도의 희토류·비료·터널 굴착 장비(터널 보링 머신)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를 압박하고자 러시아산 에너지의 최대 고객인 중국·인도를 겨냥하면서 중국과 인도가 협력 노력을 시작한 모양새다. 고대엔 중국이 인도로부터 불교 등 문화적 수혈을 받았으나 현대 들어 불편한 관계였기에 주목할 만하다. 다만 아직 러·중 밀착 정도의 강력한 신호로 보진 않는 시각이 우세하다. 워싱턴포스트·타임·이코노믹타임스 등에선 미국발 50% 관세 위협 아래 인도가 실리를 위해 대중 관계 개선을 시도하지만 중·러 만큼의 전략적 절실함은 없다고 짚었으며, 중·인 상호 불신이 심한 점을 들어 ‘관계 정상화’라기보다 ‘긴장 완화’로 평가했다.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쿼드(QUAD)에 참가한 인도는 ‘중국 견제’팀의 일원이며 중국·파키스탄 우호가 인도에겐 근본적 불편함이다. 1947년 인도 독립 당시 이슬람 교도들이 따로 파키스탄을 수립하면서 수백만 명의 이주자·사상자를 냈고 카슈미르 영유권이라는 뜨거운 불씨가 살아 있다. 이런 파키스탄과 중국은 1951년 수교 이래 전략적 필요성으로 맺어져 있다. 그럼에도 중국과 인도의 접근이 시작된 현실은 국제정세의 복잡다단함을 일깨운다.
산업구조 면에서 중국보다 크게 뒤쳐진 형편이기에 중국과의 협력이 ‘의존’으로 기울 위험성을 극력 경계해 온 인도지만, 우크라이나전쟁 수습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미국 압박을 받으며 처음으로 입장을 선회 중인 셈이다. 미·중 대결 구도 속에 중국 역시 ‘남쪽 거대 시장’ 인도를 잃지 않으려 한다. 중·인 두 나라 합쳐 인구 28억, 신흥시장과 공급망을 합친다면 세계적 파급력이 엄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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