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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독립사업자’ 신분으로 위촉한 교육담당 설계사는 사업자일까, 근로자일까. 대법원이 지난달 신입 보험설계사 교육을 맡은 ‘교육매니저’를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양승현 보험연구원(KIRI) 연구위원은 25일 발표한 보험법 리뷰 리포트 포커스(교육담당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 관련 최신판례 검토)에서 “대법원은 최근 보험사와 위촉계약을 맺은 설계사 교육 담당 매니저를 단순한 위임계약이 아닌,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번 판결이 그간 불일치했던 하급심 판례를 정리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일 국내 한 보험사와 위촉계약을 맺고 수년간 교육매니저로 일하다 해촉된 설계사들이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2023다219752)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원심은 “업무 지시는 위임계약상 필요 범위에 불과하다”며 근로자성을 부정했지만, 대법원은 강의 일정·교안 제출·보고 체계 등 세부사항을 회사가 직접 지시했고, 인성·소통·정책 참여도 같은 정성적 평가 항목까지 반영한 점을 들어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교육매니저들이 월 300만 원 미만의 수수료를 받을 경우 차액을 지원받아 일정 수준의 고정급이 보장됐고, 다른 보험사 강의나 교육 활동이 금지돼 독립사업자로서 자유로운 활동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5~9년간 특정 회사에 전속돼 근무한 점도 근로자성의 전속성과 계속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판결은 특히 엇갈려 온 하급심 판단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성격을 지닌다.
2020년 서울고등법원과 2023년 서울중앙지법은 트레이너·코치 역할을 맡은 보험설계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회사가 정한 교육자료를 따르게 하고 근태를 관리하며 일정 기준 이상의 강의를 하면 기본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종속적 관계가 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015년과 2021년 서울고등법원은 육성팀장과 지원실장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교육매뉴얼이 있더라도 실제 감독이나 불이익이 없었고, 수수료도 교육성과가 아닌 설계사의 실적에 연동돼 있어 독립적 사업활동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하급심은 업무지휘·감독의 구체성, 근태관리 여부, 보수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업무상 지시가 위임관계의 본질을 넘어섰다”며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특히 인성·소통 같은 정성적 평가 항목까지 인사평가에 반영된 점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
교육 담당 보험설계사는 신입 설계사 육성의 핵심 인력으로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가입, 근로시간 준수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탁계약과 근로계약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지점장이나 트레이너 등 다른 직군까지 줄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업계 종사자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설계사는 “현장에서 정말 고생하시는 분들이다. 보험사가 사실상 근로자처럼 지휘·감독하면서 책임은 회피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소식을 모르는 분들이 태반이다. 이번 판결이 업계 전반의 불합리한 위탁계약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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