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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미국 대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반(反)유대주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부임 후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쿠슈너 대사가 마크롱 대통령을 공개 비판함에 따라 양국 관계 악화가 예상된다. 쿠슈너 대사는 2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마크롱 대통령에게 25일자로 보낼 서한을 먼저 공개했다.
그는 우선 “나치 독일 점령 하 프랑스 영토에서 유대인 강제 추방을 종식시킨 파리 해방 81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급중 중인 반유대주의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충분한 조치가 부족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올해 71세인 쿠슈너 대사는 전후 태생이지만 부모가 홀로코스트 당사자들이다. “프랑스 유대인들이 거리에서 폭행당하지 않는 날이 없다. 유대교 회당이나 학교, 유대인 소유의 사업장이 파괴되지 않는 날이 없다”고 현재형으로 기술하면서 과거사에 불과한 게 아니라 진행형임을 부각시켰다.
이어 “반유대주의가 오랫동안 프랑스 국민에 상처를 남겼다”며,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유대인 증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돈인 쿠슈너대사의 이런 의견 표명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같은 취지의 서한을 보낸 지 며칠 만이었다. 다만 쿠슈너 대사 서한이 본인 특유의 생각이랄 것 없는 미 주류 사회 유대계 미국인들의 보편적 입장이며, 트럼프와의 인연으로 발언 무게 역시 남다르다.
네타냐후는 19일 서한에서 마크롱이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고 말했다. 또 마크롱이 추진 중인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추진을 두고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선 네타냐후 총리 서한 내용을 들어 “잘못된 인식”으로 일축하며 “프랑스는 언제나 유대인 시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답했다.
쿠슈너 대사는 이 대목에서도 네타냐후 총리 편을 들었다. 이번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을 향한 공개 비난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향한 움직임이 극단주의자들을 대담하게 하고 폭력을 조장하며 프랑스 내 유대인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목소리 높인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반시오니즘이란 곧 반유대주의”라는 언급도 했다.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 및 유지 노력을 ‘시오니즘(시온주의)’으로 통칭한다. 중동 지도상 이스라엘이 사라져야 평화가 온다는 시각과 대척점에 있다.
쿠슈너 대사 서한이 공개된 지 몇시간 만에 프랑스 외무부는 그의 주장을 반박한 성명을 발표하며 그를 외무부로 초치(招致)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특정 상대국에게 항의할 때 자국 주재 대사를 불러 따지는 것, 즉 ‘불러들이다’라는 우회적 표현의 서구 외교 용어가 일본에서 이렇게 한자로 번역돼 쓰인다. 상당한 수위의 불만 표시를 뜻한다. 프랑스 외무부에선 “(쿠슈너) 대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빈 협약에 따라 외국 대사가 주재국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의 명운을 가른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미국 참전이 결정적이었다. 이로써 나치 독일 패망과 유럽 해방 이후 미국과 서유럽은 수십년간 한몸으로 여겨겼다. 그러나 이 대서양동맹 간 균열을 이번 쿠슈너 대사 서한이 거듭 확인시켰다. 16세기 이래 유럽을 이끄는 선진국으로서 자부심이 높았던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위상을 인정하면서도 주도권 상실을 불편해 했다. 특히 샤를르 드골 대통령 시절 군사적 자주권 약화 우려를 들어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1966년 탈퇴했다가 2009년 복귀한 바 있다. 나토 본부가 파리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옮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3월17일 워싱턴DC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프랑스가 지금 독일어를 쓰지 않고 있는 건 전적으로 미국 덕분이다. 우리 위대한 나라에 감사해야 한다”고 논평한 바 있다. 트럼프 행보에 반발한 프랑스 좌파 정당 소속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이 한 ‘자유 여신상 반환’ 요구를 받아친 것이다. 1886년 영국과 대결 중이던 프랑스가 미국에 선사해 명물이 된 이 거대한 동상을 거론하며 글뤽스만은 “돌려달라. 우리 선물이었지만 당신들이 그녀를 경멸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여기(프랑스)에서 행복할 것”이라고 풍자했다. 여신상으로 상징되는 가치가 외면 당했다는 인식,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을 언급하며 빗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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