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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식량위기를 최고단계인 ‘기근’ 수준으로 본 유엔 보고서가 나왔으나 미국은 침묵하고 있다. 미국의 묵인 아래 이스라엘이 유엔 발표를 ‘명백한 거짓말’로 몰아세운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백악관·국무부 모두 가자지구 기근을 지적한 유엔 보고서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충분한 원조를 허용하지 않아 인위적인 재앙이 초래됐다”는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 등 등 유럽과 국제사회가 분노를 표명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오히려 SNS에 “엄청나게 많은 식량이 가자지구에 반입됐지만 하마스가 이를 훔쳐갔다”는 글을 올려 이스라엘 측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의 태도를 바꾸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미국 입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좌우할 거의 유일한 매개이기에, 미국이 침묵하는 한 네타냐후가 가자봉쇄 방침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동 전문가 아론 데이비드 밀러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네타냐후 총리가 확실히 더 편안해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는 때때로 가자지구의 굶주림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심을 빼앗겨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선 사실상 점점 더 이스라엘과 일치된 입장이 돼 간다고 짚었다.
네타냐후는 자국의 원조 제한이 기근의 원인이 됐다는 보고서를 거짓으로 규정하며, ‘적의 땅에도 원조를 전달하고자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안 E1 지역에선 주택 약 3400호를 포함한 이스라엘 정착촌 조성 계획이 추진 중이다. 이곳은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의 하나인 서안지구의 중심이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상징적인 지역이다.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온 미국의 반대로 지난 20여년간 이곳의 정착촌 건설이 막혀 있었다. 이를 재개한 것은 ‘두 국가 해법 폐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허커비 대사는 기본적으로는 이스라엘의 결정이라고 언급할 뿐이다. 이란 공습 직후 트럼프가 네타냐후 총리를 ‘전쟁영웅’으로 칭송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 접수’가 강력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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