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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한 피자 가게에서 이른바 ‘먹튀’한 두 프랑스인 관광객이 네티즌들 도움으로 행방을 잡혔다. 주인은 이들의 숙소를 찾아가 돈을 받아냈으나 소상공인의 호소가 주목받으며 24일(현지 시간) 유럽 주요 언론 뉴스를 탔다. 이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자국 관광객 두 명이 19일 저녁 이탈리아 동부 바닷가 마을 치비타노바 마르케의 한 식당에서 피자 두 판과 칵테일 4잔을 주문했다. 총 44유로(약 6~7만 원)어치를 먹고 마신 이들은 결제 없이 식당을 떠났으나 식당 측은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손님들의 무전취식 사실을 알아챈 주인 미켈라 말라티니가 내부 폐쇄회로(CC)TV에 찍힌 두 사람의 모습을 페이스북에 공유하자 이튿날 아침 두 ‘먹튀범’을 마을의 한 숙소 근처에서 봤다는 댓글이 달렸다. 말라티니는 이를 취재한 현지 매체에 “두 관광객 숙소 문을 두드렸다. 오전 8시30분, 그들은 자고 있었다. 영상을 보여주며 ‘왜 계산을 안 하고 갔느냐’ 물었더니 그들은 말 없이 돈을 건넸을 뿐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과 예의의 문제”라며 “고객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뺨 맞은 듯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주인이 ‘먹튀’ 관광객들에게 CCTV와 SNS로 추적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새삼 초연결사회의 특수성이 강조됐다. 관광대국 이탈리아에선 이런 소액 절도가 워낙 흔하고 일일이 경찰 개입도 어려워 이번 사건 역시 ‘범죄’라기보다 ‘해프닝’처럼 다뤄진 분위기다. 대신 관심은 주인이 얼마나 재치 있게 대처했나에 집중됐으며 SNS 반응 또한 주인을 칭찬하는 쪽이 대세였고 ‘훈훈한 교훈담’으로 공유됐다. 유럽에선 16세기때부터 무수한 전쟁을 치렀고 1차·2차 세계대전처럼 궤멸적 상황까지 겪었기에 역내 국가들끼리 여간해선 특정 국적을 콕 찍어 비판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잘못을 지적하면서 특정 국가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진 않는다.
프로이센 시대 이래 법적 엄정함과 20세기 전범국 의식이 강한 독일, 몇 백만 인구 규모의 북유럽 국가들에선 소액 절도 등 경미한 범죄도 엄격하게 다루는 반면, 영국과 프랑스에선 대부분 경고로 끝나며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 때가 많다. 구 식민대국답게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를 많이 보유한 영국·프랑스에선 일찍부터 소매치기·먹튀 등 소규모 절도가 일상화돼 방치된 편이다. 법적·행정적 부담이 크고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소극적인 대응 풍토가 자리잡았다. 런던 경찰은 슈퍼마켓 등에서 200파운드(약 35만 원) 이하 절도 발생 시 적극 수사하지 않으며 업체에선 손실처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4월 초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법무 차관이 의회 인권위원회에서 한 발언을 소개했다. “일상적 소매·절도가 처벌되지 않는 현실이 국가의 사회 기반과 법치주의 자체를 흔든다.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훔쳐나와도 아무 일 없다면 법을 준수하겠다는 믿음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영국 하원 상임위원회에선 200파운드 미만 절도 사건 미처벌이 점차 사회적 불신과 법적 권위의 약화를 초래한다고 우려했으며, 상원 정의·내무위원회는 “소매 절도가 과소 신고·취급돼 소매 산업과 광범위한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편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선 빗물 절도 사건이 형사 수사 대상으로 비화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새벽 4시경 현지 주민 51세 여성이 이웃 빗물 저장통에서 두 차례 40리터가량의 빗물을 자기집 물통으로 옮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고 가디언·타임즈 등 영어권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전부터 이웃 사이에 쌓인 갈등이 폭발한 것이긴 하지만 독일에선 빗물도 개인 용기로 받아두면 사유재산이며 무단 사용 시 절도죄가 된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25유로(3만7000원)부터 기소 대상이며 벌금 내지 최대 5년 징역형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비교적 소인구의 신용사회로 살아 온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 등에선 원래 절도 사건 자체가 드물었지만 증가 추세이며 확실히 처벌한다고 전해진다. 이들 북유럽 국가별 소액 절도 범위는 한화 10만~66만 원으로 범인의 자산 수준에 따른 차별화된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탈리아에선 법보다 피해자 자구책 중심이라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두드러진 셈이다. 유럽 주요 언론 모두 ‘훈훈한 교훈담’으로 이번 먹튀 사건을 처리했다. 두 관광객은 ‘프랑스인’이라고 언급됐으나 이름·얼굴·출신 지역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며 직접적인 비난도 적다. 네티즌들 댓글은 “주인 잘했다” 등 응원 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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