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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시 신분증 확인 의무화 방침을 천명했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투표에서 유권자 신분증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예외는 없다”며 “이 목표를 위해 행정명령을 내릴 것”을 예고했다. 이어 “심각하게 아픈 사람과 해외 군인 외엔 우편투표 금지” “종이 투표만 허용”, 개표 역시 수작업(hand counting) 집계로 할 것을 분명히 했다. 도미니언 투개표기 등 전자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힌 그가 신념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11월 대선결과 불복 입장을 트럼프는 거둔 바 없다. 이후 4년 내내 주장했으며 백악관 복귀에 성공한 1월 취임식 당일조차 이동 중 즉흥 연설 약 30분간 선거부정을 집중 거론했다. 트럼프 지지층 이른바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선 선거부정과 국경·이민 문제 및 안보를 사실상 하나의 문제로 파악한다. 2020 대선 결과에 의혹을 품은 전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당선자 인증 보류·조사 촉구를 위해 모였다가 비극적 사태로 비화한 게 이른바 ‘1.6 의사당 난입’이다. 약 1500명이 기소됐고 다섯명은 10~22년형에 처해져 복역 중이었으나 트럼프가 취임식 직후 이들을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사면했다.
2020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비상식적인 득표는 지금까지 의혹의 주요 근거로 언급된다. 존재감이 희미했던 그가 약 8130만 표를 얻었는데, 민주당 역대 최고 스타로 꼽히는 버락 오바마의 2012년 약 6600만 득표와 비교된다. 8년간의 인구 자연 증가와 반트럼프 결집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년 대선 때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이 단결했음에도 카멀라 해리스가 7500만 표에 그쳤다. 지난 수십년 민주당 측 득표 증가세는 역행한 적이 없어 바이든의 이례적 고득표와 4년 후 해리스 득표의 대폭 감소(약 -600만 표)는 트럼프 측 주장에 힘이 실릴 만한 현상으로 간주된다.
2020년 대선은 역대 최대 선거불복 운동으로 이어졌으며 후임 대통령 부부와의 차담회나 취임식 불참도 미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후 재선을 향한 여정 속에서 트럼프는 허술한 투·개표 시스템을 손보기 전엔 공정선거가 불가능하다는 믿음을 수없이 드러냈다. 2020년 여름 중국산 운전면허증 약 2만 장이 시카고 공항에서 발견됐으나 수사가 ‘윗선’에서 덮인 사실을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6월 폭로하며 사건 규명을 다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3월 트럼프는 미 시민권자임을 입증해야만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이번엔 투표 당일 또한 신분증 확인을 하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미 시사매체 뉴스위크는 “유권자 신분증 지참이 의무화된다면 수백만의 미국인 특히 사진 부착된 신분증 없이 투표를 허용해 온 주(州)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각 주에 유권자 신분증을 요구할 헌법적 권한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지난달 18일부터 트럼프의 선거제도 개선 관련 공식 발언이 한층 구체화됐다. 우편투표를 “사기”라고까지 표현하며 민주적 선거를 위해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도가 낮고 비용도 매우 비싼” 전자 기기 대신 워터마크 용지를 통한 손 기입 투표로 전환하자며 내년 중간선거 전 이런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비시민권자나 불법체류자를 ‘서류미비자’로 부르며 자신들의 표밭 취급을 해 온 민주당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국내외 주요 외신들도 미 헌법에 의거해 선거운영 권한이 주정부에 있어 연방법이나 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트럼프의 구상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점을 집중 지적하고 있다. ‘투표 시 시민권 입증’를 명한 3월 행정명령은 6월 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아 트럼프정부에선 항소 중이다. 보수 우위 대법원까지 가면 트럼프 승리 여지가 높긴 하지만 이민국가로 출발한 미국의 특수성과 헌법 해석이 그리 단순치 않다. 폴리티코·가디언 등에선 트럼프의 행보를 ‘투표권 제한’ ‘유권자 억압’ ‘민주주의 원칙 약화’로 해석한 시각을 지난달 26일부터 연이어 소개했다.
반면 정식 시민권자 아닌 사람이 선거권을 행사한다는 불합리에 대해선 트럼프 지지층에서만 목소리 높일 뿐 관련 논의가 적다. 미 헌법과 연방법에 따르면 연방선거(대통령·상원의원·하원의원 선거)는 시민권자만이 참여할 수 있으나, 뉴욕·샌프란시스코처럼 일부 민주당 강세 지역 내 학교위원회·시의원 등 선거의 경우 영주권자나 특정 외국 국적자에게 투표권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공화당·민주당은 대립해 왔으며 근년 한층 극렬해졌다.
공화당에선 비시민권자가 유권자 등록을 하거나 우편투표·운전면허 시스템을 통해 의도치 않게 투표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특히 사회보장 카드처럼 시민권자에게만 허용된 신분증에 비해 운전면허증이 ‘비시민권자의 우발적 유권자 등록’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산 위조 운전면허증 대량 압수 등은 이 우려를 부채질했다. 작년 9월 헤리티지재단에선 지난 40여년간 약 1500건의 ‘선거 사기’ 사례 중 다수가 ‘비시민권자 투표’였다고 인정했다. 미국이민자개혁연맹(FAIR) 2014년 보고서도 “미국 내 수만 명 비시민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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