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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맡겨진 책무는 중차대하다. 국회는 입법과 예·결산 심사, 국정 전반에 관해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 1일 제22대 국회 두 번째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국내외 경제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국리민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소중한 기회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대 여권의 입법 독주에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맞서는 등 정쟁의 연속이다. 이번 국회에선 민생 회복의 성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예·결산 심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편성한 2026년도 700조여 원의 예산은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재정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재점검에도 나선다.
국가 예산이란 한 회계연도에 있어서 국가의 세입·세출의 예정 계획을 말한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가예산안의 편성·제출권은 정부에 전속되어 있는 반면 그에 관한 심의·확정권은 오로지 국회에 있다. 다시 말해 예산은 오직 국회의 심의·의결에 의해서만 확정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예산 심의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재정건전성 확보는 물론이고 국가공동체의 발전 여부도 결정된다.
정부는 9월3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예산 심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예산 국회는 파행 운영되고 있다. 여야 간 정쟁이 격화되면 정파적 이해에 따르는 경우가 많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몰두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결과 국회는 헌법에 의거해 회계연도 개시(1월1일)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심의·의결해 정부로 이송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부터 법을 잘 지켜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뜬금없는 12·3 계엄령은 단죄받야 마땅하지만 당시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예산안 심의 과정도 일종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새해 예산안 심의·통과 법정시한이 12월2일인데 그때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자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일을 할 수 없도록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다음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령 선포에 즈음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도 다수당인 야당에 의한 “민생·치안을 위한 주요 국가 예산 삭감 등 국가재정 농락 및 국가 본질 기능 훼손” 등을 언급했다.
어떤 명분으로도 불법적인 비상계엄은 재발돼선 안 된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나라 살림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여야를 떠나 협력하길 당부한다.
이재명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각종 입법과 예산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야당과의 협치에 힘써야 할 이유다. 오랜 경제 불황과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엄중한 현실에서 국내 정치 안정은 안팎의 어려움을 타개할 활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일하는 국회, 국익을 생각하는 정기국회이길 기대한다.
국회의장의 역할이 요청된다. 협치를 깨는 여러 위협 요인들을 제거하면서 국회가 이름 그대로 정치의 중심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 국회의장은 각 당 원내 지도자들과 수시로 대화 자리를 마련하고 이해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의장에게는 각 정당이 타협과 조정이라는 민주적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해 사회통합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향도 역할을 해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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