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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3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개최하는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식을 두고 외교안보가에서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닌 한·미·일 공조에 맞서는 반(反)서방 연대의 상징적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전승절에서 가장 주목되는 장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는 순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왼쪽에는 김 위원장이 착석할 것이라고 러시아 측은 지난달 30일 밝혔다.
3국 정상이 별도로 회담을 개최한다면 북·중·러 3각 연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냉전이 가장 첨예했던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시절에도 없었던 장면으로, 21세기 국제사회에 ‘신냉전 구도’를 각인시키는 상징적 풍경이 될 수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첨예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복합적인 정세 속에서 이번 전승절은 동북아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KBS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굉장히 가까워졌지만 러시아의 한계를 알았을 것”이라며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다시 복원시킬 기회를 보고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관련해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또한 3개 국가의 가속화하는 공조에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았다.
홍 전 원장은 이날 YTN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 양옆에 김정은과 푸틴이 나란히 서는 장면은 국제정치사의 상징적 선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 정상의 표정, 교감 수준, 나란히 서는 위치만으로도 북·중·러의 밀착 강도를 읽을 수 있다”며 망루 장면의 정치적 의의를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참석은 사실상 다자외교 무대 데뷔라는 의미도 지닌다.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은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며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 한다. 홍 전 원장은 “김일성은 비동맹 회의나 반동 회의 등 다자무대에 자주 참석했지만, 김정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김정은이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통치 기반이 안정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딸 김주애의 동행 여부도 관심사다. 만약 김 위원장이 주애를 데리고 나타난다면, 이는 후계자 지위 부각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홍 전 원장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모두 후계자 시절 중국 방문에 동행한 전례가 있다”며 “주애가 함께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후계자로 소개되는 장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주재하는 리셉션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망루 행사와 달리 리셉션은 동선이 자유롭고 비공식 접촉이 가능해, 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 외 다른 국가 정상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에 함께 담기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외교 고립을 완화하는 ‘이미지 정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전승절 참석을 통해 몇 가지 전략적 목표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러시아와의 전쟁 지원 대가 확보다. 김 위원장은 병력과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첨단 군사기술과 경제적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홍 전 원장은 “북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노동력·건설 협력을 매개로 지속될 수 있다”며 장기적 밀착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과의 전략적 복원이다. 코로나19 이후 북중 관계는 장기간 소원했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대미 견제 지렛대’로 활용하며, 북한은 중국을 통해 국제무대 복귀를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다. 과거 김정은은 중국 방문 직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간 사례가 있다. 홍 전 원장은 “이번 방중이 북미 대화의 전초전이 될 가능성을 정부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전승절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특별열차를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열차로 이동할 것 같다”며 베이징까지 약 20~24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네 차례 방중 중 두 차례 열차를 탔으며, ‘태양호’로 불리는 전용 열차는 방탄 설비와 집무실·의료시설까지 갖춘 전용 교통수단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2023년 러시아 방문 때도 이용했다. 노후 전용기 대신 안전을 고려해 열차를 택한 것으로 보이며, 중국도 단둥 일대 호텔 예약을 막는 등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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