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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리가 ‘초부유층 과세 강화 반대’를 논하다 이웃나라를 끌어들여 해당 정부의 반발을 샀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LCI·C뉴스·BFMtv·프랑스인포TV 등 현지 뉴스 채널들과의 동시 생방송 인터뷰에서 긴축재정 필요성을 설명하던 도중 좌파 정당이 요구해 온 이른바 ‘쥐크만세(稅)를 “위헌이자 프랑스 투자에 대한 위협”이라고 칭했다. “세금 유목민의 시대에 납세자들이 ‘세금 덤핑’을 시행 중인 이탈리아 등지로 이주할 것”이라며 자본·인재 유출을 우려한 논리였다.
쥐크만세란 초부유층 글로벌 자산세다. 이 구상의 발의자인 프랑스 경제학자인 가브리엘 쥐크만이 전 세계 최고 갑부들(상위 0.1%) 자산에 연 2%를 과세하면 매년 2500억 달러(약 347조7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정부의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서민 주머니를 털 게 아니라 이런 쥐크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프랑스 좌파 정당들의 목소리였다. 부유세 비판론을 펴다 이탈리아를 끌어들인 바이루 총리에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즉각 반응했다.
멜로디 총리는 엑스(X)에 “이탈리아가 ‘세금 덤핑’으로 프랑스를 불리하게 한다는 무근거 주장이 놀랍다”며 “우리나라는 안전성과 신뢰성에 바탕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외자 유치를 위해 무근거 세제 혜택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쥐크만 역시 엑스 글로 바이루 총리 발언에 놀라움을 표하며 “존재하지 않는 법적·경제적 장애물을 만들어내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어 “내가 말한 것은 초고소득층의 글로벌 자산 대상이지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 아니다. 외자 유치 시 우리 프랑스의 매력도에 아무런 영향 없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개인 순자산 기준의 쥐크만세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이 국제적 공조, 즉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게 의미 없어져야 한다. 작년 6월 르몽드 등 여러 현지 매체들이 유럽연합(EU) 내 쥐크만세 지지 증가세를 전한 바 있다. 프랑스·벨기에·스페인 등 여러 국가지도자가 해당 과세 방안에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벨기에 사회당이 EU 차원의 자산세 도입을 제안했으며 스페인 경제장관도 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디언 등이 보도한 바 있다. 2~3% 수준 자산세로 연간 수십억 유로의 EU 세수 확보 가능성을 학계에서 제시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바이루 총리 발언으로 서유럽의 오랜 논쟁거리가 새삼 부각됐다. ‘부유세 필요성’과 헌법적 원칙의 하나인 ‘조세 평등 및 형평성’ 가치의 충돌이다. 서구가 세상의 중심이 된 18세기 이래 개인 재산권 보호 존중의 강력한 공감대와 더불어 평등 지향성도 절실해졌다. 특히 사회당인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시절(21012~17) 기본소득세·사회보장기여금·특별세 합쳐 부유층에 75% 세율이 부과됐을 때 프랑스 안팍에서 “성공을 벌주는 제도”로 불리기까지 했다.
‘혁명의 나라’ 전통을 의식하는 편이라 평등 가치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조차 비판이 거셌다. 정확한 명칭은 ‘초고소득 근로소득자에 대한 특별연대부담금’이었으며 언론에선 “75% 세금”으로 통했다. 연간 수입 100만 유로(15억 원) 이상이 초고소득으로 분류됐으나 ‘자본 이탈’ ‘미미한 세수 효과’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2013년 4월6일자 이코노미스트에선 75%세를 “자살 행위”로 비꼬았고 프랑스를 “반(反)기업 국가”로 평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는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 때 도입된 부유세(ISF)와 별도의 것이었다. 순자산 약 130만 유로 이상일 때 매년 별도 과세가 이뤄지는 ISF마저 2018년 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서 부동산세(IFI)로 축소된 상태다.
가장 상징적 사건은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벨기에로 세금 망명 갈 것”을 선언하면서 정부와 공개 설전을 벌이다 2013년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사건이다. 75%세는 위헌 소송 끝에 2015년 중단됐다. 그러나 서유럽 주류 사회에선 부유세 관련해 ‘위헌성’보다 ‘정책적 운용 실패’ ‘세율 설계 오류’ 등을 더 무겁게 지적한다. 국제 공조와 합리적 누진 설계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여전한 가운데, 2013년 연간 소득 10만 유로 이상인 3744명이 프랑스를 떠났다(전년 대비 약 40% 증가). 경제학자 에릭 피셰 분석에 따르면 75%세 도입 이후 약 2000억 유로(약 300조 원) 규모의 자본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유세는 네델란드·스위스처럼 자산소득세 형태로 위헌 논란 없이 장기 운영해 온 나라도 있지만 유럽 대부분 국가의 고민거리다. 1952년부터 부유세를 시행해 온 독일에선 1995년 연방헌법재판소가 부동산·금융 자산 평가방식의 불균형 때문에 조세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이후 정부가 제대로 개편을 못해 사실상 폐지 상태다. 이 또한 위헌성이 아니라 행정적·정치적 이유로 사라진 사례로 간주된다.
스페인엔 지금도 부유세가 존재하며(마드리드 등 일부 지역에선 감면·폐지 추진 중), 위헌 논란 속에 2023년 11월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과세의 정당성이란 국가 재정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징벌적·차별적 과세냐, 합리적 누진 과세냐’의 해석 차이가 쟁점이다. 반면 미국에서 이런 류의 과세는 위헌 논란을 피하기 훨씬 더 어렵다. 세금 갈등 때문에 대영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독립한 나라이니 만큼 연방 차원의 증세에 대단히 민감하다. 워런 버핏이나 버니 샌더스의 자산세 발상도 그래서 법적 난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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