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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검사 해 봤어? 안 해 봤잖아, 손대지 마.”
9월1일 서울구치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열람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발언이다. 영상에 비친 그의 태도는 검사라는 직업적 초상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당신, 검사 해 봤어?”라며 권위로 타인을 배제하던 기질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내 몸에 손 대지 말라”며 체포영장을 거부하고 미결수의 권리를 주장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법치를 지키겠다던 검사 출신 정치인이 얼마나 기형적으로 변질됐는지를 보여준다. 스스로 ‘구치소의 제왕’이 된 그의 태도는 참으로 꼴불견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 못지않게 충격적인 것은 내란 특검의 태도다. 지난달 2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민주당은 사법 신뢰 훼손을 거론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했다. 내란 종결을 두고 정치권이 뜨겁게 맞붙고 있음에도 정작 내란 수사의 주체인 특검은 “입장이 없다”는 짤막한 답변만 내놨다.
‘중립성 유지’라는 명분 뒤에 숨어 버린 이 무반응은 정의 수호에 대한 배반이자 책임 회피다. 국가 최고 수준의 범죄를 다루는 수사팀이 역사적 퇴행의 한복판에서 침묵한다는 건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권력이 권위로 변질될 때 피해자는 늘 국민이었다. 특검이 샐러리맨처럼 사무적 태도로만 일관한다면 내란 수사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물론 전담재판부 설치는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그러나 특검이 ‘입장 없음’으로 일관하는 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회피다. 내란 수사의 독립성과 신뢰는 중립 흉내가 아니라 명확한 철학과 책임 있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치소 행태와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은 사법부가 계엄 세력에 유난히 관대하다는 걸 확인시켜 준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재판에만 8차례 불출석했다. 그가 검사였고 대통령이었던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그간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가 얼마나 기만적이었던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치소에서조차 법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특검이 ‘중립’을 이유로 침묵할수록 더 크게 방치되는 것이다.
내란 수사의 성패는 수행하는 사람들의 용기와 직업적 책임감에 달려 있다. 내란은 법적 사건인 동시에 정치적 사건이다. 종결의 기준은 단순히 법원의 판결 선고가 아니다.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내란을 기획하고 방조한 권력자들이 예외 없이 법의 심판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법치주의가 회복됐는지다.
완전한 내란 종식과 개혁의 성패는 결국 양심과 정의에 입각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특검이 무색무취로 일관하고 재판부 설치 논의가 정쟁의 소재로만 소모된다면 이번 내란은 종결되지 못한 채 또 하나의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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