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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1세대 실손, 잘못한 건 계약자가 아니다
이세희 금융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6-01-02 00:02:30
▲ 이세희 산업경제부 기자
5세대 실손보험이 2026년 출시된다. 비급여를 중증·비중증으로 나누고,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 한도와 자기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당국은 “실손이 개인과 보험사의 사적 계약이더라도 의료 이용을 자극해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주는 만큼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친 감정은 논리보다 앞섰다. “사보험을 왜 공보험처럼 다루느냐”는 반문은, 개인이 맺은 계약의 규칙이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계속 바뀌는 데서 생긴 불신의 표현이다.
 
기자 역시 1세대 실손보험을 ‘막바지’에 가입했다. 당시 “앞으로 보장이 축소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가입 열기가 엄청났다. 영업 현장은 특근을 자처하며 마지막 판매에 열을 올렸고, 콜센터는 쏟아지는 전화를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계약이 몰렸다. 그 열기 속에서 이뤄진 계약이 시간이 흘러 ‘정리 대상’처럼 거론되고 있으니, 계약자가 느끼는 배신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1세대 계약자들의 의견도 같은 맥락이었다. “보험료를 성실히 냈다”로 시작해 “왜 이제 와서 눈치를 주느냐”로 끝났다. 한 60대 계약자는 “나중에 병원 갈 때를 대비해 가입했고 해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갱신 때마다 보험료가 적지 않게 올랐지만 “나이 들면 입원 한 번이 집안을 흔들 수 있다”며 버텼다는 얘기다. 
 
또 다른 계약자는 “입원의료비 같은 담보는 갱신형이라 가입기간 내내 갱신하며 보험료를 올려 내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보장기간 동안 계속 ‘갱신’을 감당하는 상품이니, 인상된 보험료 역시 ‘노후 보장’의 대가로 받아들여왔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 탓에 1세대 가입자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가 ‘전환’이다. 당국은 선택지를 넓히는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결국 없애자는 말 아니냐”는 경계심이 먼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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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상품으로 바꾸면 보험료가 내려갈 수 있다”는 권유를 받았다는 이야기, “돈을 얹어주며 해지를 유도한다는 말도 들었다”는 전언이 뒤따랐다. 더 거칠게는 “우리가 건강보험 적자의 원흉이냐, 죄인이냐”는 반문도 나왔다. 실손이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 반복될수록, 계약을 오래 유지한 가입자들은 그 말이 자신들에 대한 낙인처럼 들린다고 했다.
 
실손보험 확산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보험사도 이를 의식해 상품을 계속 개정하면서 급여·비급여를 구분하며 비급여 보장을 줄여왔고, 그 결과 현재의 4세대 보험은 1세대와 비교하면 사실상 다른 상품이 됐다. 
 
다만 과잉 이용의 책임을 계약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의료기관 역시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를 권유하거나 과잉진료를 부추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만 조이면 ‘환자만 때리는 개혁’이란 반발이 커지고, 보험 규제를 하더라도 비급여 가격·마케팅 유인 같은 의료현장 구조가 그대로라면 ‘보험만 압박하고 현장은 그대로’라는 냉소가 커지는 이유다. 비급여 관리는 결국 보험 설계 조정과 의료공급 측 유인 통제까지 함께 가야 실효성을 얻는다.
 
의료체계 왜곡을 이유로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설명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설명이 받아들여지려면, “당신이 문제”가 아니라 “왜곡은 줄이되 약속은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1세대 가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먼저다.
 
아울러 성실 납부자들이 낙인을 느끼지 않도록 소통 방식을 바꾸고, ‘전환’은 자발적 선택으로 남겨둬야 한다. ‘강제 해지’로 비칠 만한 움직임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랜 기간 감수해온 갱신 보험료는 ‘미래 보장’에 대한 신뢰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신뢰를 지키지 못하면 2026년의 5세대는 또 한 번의 분열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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