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으로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에 맞춰 주요 은행이 예금금리를 연 3%대로 끌어올리면서 수신 경쟁도 다시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1005조2319억 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 984조9399억 원보다 20조2920억 원 늘었다. 6월 말 949조3998억 원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55조8321억 원 증가했다. 월말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9월 들어 일부 자금이 빠지면서 이달 3일 잔액은 998조8358억 원으로 다시 1000조 원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5~8월 넉 달 동안 약 68조 원이 유입된 만큼 예금으로의 자금 이동 흐름은 뚜렷하다.
예금금리도 다시 오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10일부터 ‘하나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연 3.2%에서 3.3%로 0.1%p 인상했다. 올해 7월 연 2.9%에서 3.2%로 높인 데 이어 두 달 만의 추가 인상이다. 우리은행도 ‘WON플러스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연 3.2%에서 3.4%로 0.2%p 올렸다. 신한은행은 이달 3일부터 주요 예·적금 금리를 0.15~0.3%p 인상했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상승에는 한국은행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에도 3.00%로 0.25%p 추가 인상했다. 이에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예·적금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은 기본·최고금리가 3.25%이고 ‘NH왈츠회전예금Ⅱ’는 기본 3.15%, 최고 3.25%다.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은 기본 2.40%, 최고 3.20%다.
전체 은행권에서도 정기예금 증가세가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은행 정기예금은 20조3000억 원 증가했다. 7월 42조3000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큰 폭의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전체 은행 수신도 7월 30조 원 감소에서 8월 1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도 예금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오면서 위험자산에 머물던 자금 일부가 은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실제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5대은행 정기예금은 55조 원 넘게 증가한 반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121조6339억 원에서 99조7044억 원으로 감소했다.
당분간 은행권의 수신 경쟁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에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들도 자금 조달 여건과 수신 경쟁을 반영해 예금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같은 3%대 상품이라도 우대조건과 실제 적용금리가 다른 만큼 가입 전 세부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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