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엑스포·월드컵 계기로 음주 허용 기대감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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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전국 600개 지정 매장 생긴다” 소식에 관심 폭발
사우디 당국에선 부인…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위상 의식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7 16:22:15

▲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외교관 구역에 건국 이래 처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이슬람율법에 근거해 음주가 엄격히 금지된 사우디에서 당국은 공식 부인한 가운데 2030 엑스포·2034 월드컵을 계기로 일부 허용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솟고 있다. 게티이미지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년 엑스포·2034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음주를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성지 메카의 관리자이자 (수니파)이슬람 종주국을 자임해 온 사우디에선 1952년 이래 ‘주류 불허 방침에 예외 없다’는 입장이 고수되고 있다. 음주를 ‘악마의 소행’으로 본 꾸란에 근거한다. 술을 마시다 적발 당하면 내국인은 태형·벌금·징역형, 외국인의 경우 추방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사우디의 금주령 해제와 관련한 관측은 주류 조사기관 와인인텔리전스발(發)로 시작됐다. 자체 블로그 글을 통해 “2026년부터 사우디 전국 약 600개 지정 장소에서 알코올음료 판매·소비가 허가된다”고 전한 것이다. 사우디 당국이 알코올 도수 20% 이하의 와인·맥주 등만 고급 호텔·리조트·네옴시티 등 관광 허브나 외국인 주거단지, 지정된 국제행사 등에 한해 유통되도록 할 방침이라는 상세히 설명이 이어졌다.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신빙성을 담보하지 못한 글이었음에도 미국·유럽·중동과 아시아 등지의 여러 매체가 이 소식을 옮긴 것은 그만큼 관심이 높아서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까지 “수십년간 유지된 주류판매 금지를 일부 관광지에서 해제한다는 언론 보도에 보수적인 사우디에서 격렬한 온라인 논쟁이 벌어졌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사우디의 이웃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 당시 지정된 팬존과 허가된 호텔·클럽 등에서 음주를 허용한 선례 때문에 기대를 부추긴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2월 칼리드 빈 반다르 알사우드 영국 주재 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술을 허용하지 않는다. 월드컵을 개최하더라도 예외 없다. 호텔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과 경기장 역시 술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으며 이달 26일 한 익명의 사우디 관리가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근년 이어진 미세한 변화들로 봐서 완전히 끝난 이야기로 보긴 이를 것 같다.

예를 들어 작년부터 이슬람교도가 아닌 외교관에 한해 수도 리야드의 특정 판매점에서 일부 알코올음료를 살 수 있게 됐다. 70여 년 만에 처음 개설된 주류 매장이다. 모바일앱(디플로)으로 등록한 비무슬림 외교관들에게 월별 일정 한도 내에서 판매를 한다. 외교관들의 주류 수입을 공식화하고 비공식적 유통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간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사회적·경제적 개혁을 추진하며 음주 관련 정책 또한 완화 조짐을 보여 왔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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