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시장의 회복은 더디다. 기존 주택의 자산 가치가 높아지는 동안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민간 건설시장에서는 수주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의 효과가 기존 주택 보유자와 건설사에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9월 한 달간 0.74% 상승했다. 상승률은 7월 1.27%, 8월 1.05%에서 둔화했지만 오름세는 이어졌다. 반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8월 건설수주는 15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했다. 민간 수주가 13.0%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은 보유자의 자산 가치 증가로 이어진다. 반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 금융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분양가격이 높아져도 비용 증가 폭이 더 크거나 사업이 지연되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 있다. 집값 상승이 건설사의 이익 증가로 직결되지 않는 이유다.
실제 건설시장에서는 부문별 온도 차이가 나타난다. 8월 민간 수주는 11조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 감소했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4 등 대형 정비사업 수주가 이뤄졌지만, 민간 토목과 비주택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지 못했다. 일부 대형 사업의 수주가 전체 민간 건설시장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 셈이다.
원가 부담도 여전하다.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공사비가 오르면 신규 사업의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기존 사업에서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성이 높은 서울 핵심 지역과 지방 주택사업의 여건도 다르다. 수요와 분양 전망, 자금 조달 능력에 따라 건설사별 실적과 사업 추진 여건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건설업의 상황이 모든 지표에서 악화한 것은 아니다. 8월 건설기성은 11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4% 증가했다. 이미 진행 중인 공사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신규 수주와 주거용 건축의 부진은 남아 있다. 진행 중인 공사의 실적과 향후 사업을 확보하는 능력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사업성 악화가 신규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낮아진 사업은 착공이 늦어지거나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 물론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모든 사업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과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는 사업을 구분하고,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 기반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집값 상승은 기존 주택 보유자의 자산 가치를 높이지만, 신규 주택 공급 사업의 수익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에도 공급을 뒷받침할 사업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택시장을 평가할 때 현재의 가격뿐 아니라 실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지, 공급 기반이 지속 가능한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