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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본격 실사에 착수하며 생할 소비재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30일 투자은행(IB)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태광은 최근 애경산업의 핵심 시설인 충남 청양공장을 방문해 설비, 인력 구성, 생산능력 등을 면밀히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사는 본입찰을 앞두고 이뤄진 가장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태광이 인수 후보 중 전략적투자자(SI)로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태광그룹은 이달 초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분야에 약 1조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는 섬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라 신사업 확대가 절실한 가운데, 비교적 가벼운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춘 애경산업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데 따른 결정이다.
애경산업은 ‘2080’ ‘트리오’ ‘케라시스’ 등 인지도가 높은 생활용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생활용품 부문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견 소비재 기업이다. 청양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다만 화장품 부문은 매출의 약 70%가 중국 시장에 집중돼 있어 실적이 중국 경기 회복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 주력 브랜드의 글로벌 결쟁력도 대형 업체에 비해 낮다는 평가다.
현재 인수전에는 태광그룹과 산하 사모펀드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을 포함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폴캐피탈코리아가 참여하고 있다. 이 중 태광은 전략적투자자로 장기적 사업 연계성과 운영 능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수 구조에는 오너 2세들의 지분을 보유한 티투PE가 포함돼 있어 이번 인수가 그룹 승계 구도와도 연관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티투PE의 지분은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각가 41%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현준씨는 티시스의 지분 11.3%를 보유 중이다.
변수도 존재한다. 태광산업은 인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약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공시했으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상법 위반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태광 측은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며 지배구조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애경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애경산업 지분 63.38%를 매각 대상으로 내놓은 상태다. 매각가는 약 6000억 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희망가가 과도하다는 의견과 브랜드 가치에 비춰 정당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매국 주관사인 삼정KPMG는 실사를 마친 인수 후보들로부터 본입찰을 받은 뒤, 이르면 9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인수가격 협상, 브랜드 재편 구상 등이 최종 인수자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애경산업 인수전은 단순한 M&A를 넘어 국내 생활소비재 산업 구조를 새롭게 짜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단순한 자금력뿐만 아니라, 각 인수 후보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시너지 전략, 글로벌 확장 가능성, 브랜드 재정비 방향 등이 최종 선정에 있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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