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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줄줄이 특검 수사와 정치적 책임론에 휘말리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각광받던 이들이 불과 3년 만에 사법 리스크와 당내 불신의 대상이 된 것은 매우 역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은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무려 13시간 반 동안 조사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 △같은 해 2~3월 한학자 총재로부터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수수했다는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특검은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권 의원이 통일교·국민의힘·윤 전 대통령 부부를 잇는 ‘정치적 접점’이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특검은 통일교 지구장(地區長·통일교의 지역 책임자)들로부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교단 차원의 지원금을 지급해 국민의힘을 도왔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실제 권 의원에게 1억 원을 전달하는 장면이 촬영된 사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사에 앞서 그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결백하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강조했고, 조사를 마친 뒤에도 “그런 사실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특검이 그간 혐의를 부인한 피의자들에 대해 예외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해온 전례를 감안할 때, 권 의원에 대해서도 영장 청구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역 의원인 권 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검은 권 의원 개인의 비리 혐의를 넘어 국민의힘과 통일교 간의 조직적 유착 정황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내부에서 권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통일교 각 지역을 총괄하는 지구장들이 교인들을 대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작업을 지시받았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교단 차원의 지원 자금이 실제로 동원돼 ‘권성동 밀기’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러한 당원 조직 확대가 단순한 개인적 친분 차원을 넘어, 종교단체가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정당 내부 권력 구조에 개입한 사례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특검이 확보한 문자메시지 내역에 따르면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2023년 2월 초 윤모 전 통일교 본부장에게 “당대표는 김기현, 최고위원은 박성중·조수진·장예찬으로 정리하라”는 지시성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권 의원을 당대표로 밀던 통일교가 권 의원의 불출마 직후, 곧바로 ‘윤심 후보’ 김기현 의원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선회했다는 정황이다.
실제로 그해 3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의원은 당대표에, 조수진·장예찬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되면서 문자 내용과 결과가 정확히 일치했다. 이 때문에 특검은 통일교가 단순히 선호 후보를 응원한 수준을 넘어, 조직적으로 특정 계파 후보를 지원·당선시켰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특검은 이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검은 김 여사 조사 과정에서 해당 문자 내역을 제시하며 설명을 요구했으나, 김 여사 측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은 김 여사가 통일교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 또 여권 내 권력 구도에 미친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또한 특검은 윤 씨가 전 씨에게 “여사님이 약속한 당대표 선거 지원은 유효한가”, “통일교가 대통령 당선을 도와주면 보답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확보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조직적 지원과 함께 통일교 측 인사를 비례대표로 공천해 달라는 요구가 오갔다는 것이다.
권 의원 외에도 윤핵관들이 잇달아 특검의 레이더망에 올랐다. 윤한홍 의원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를 통한 공천 개입 의혹으로 서면조사를 받았다. 고(故) 장제원 전 의원 역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됐지만 이미 사망해 수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전 의원의 부재를 “윤핵관 세력 몰락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이철규 의원은 해병대 순직 사건 구명 로비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윤핵관 다수가 특검 수사에 잇달아 휘말리며, ‘집권 3년 차 정권 핵심’의 권력 기반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초의 권세, 그러나 ‘약한 고리’ 결합
앞서 권·장 의원은 집권 초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권력의 핵심에 섰다. 윤 대통령이 정치 초년생이던 시절, 두 의원은 전략적 조력자이자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대통령실 인사와 당 운영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여당 내에서는 ‘권핵관’과 ‘장핵관’이라는 표현이 통용될 정도로 권력의 양대 축을 형성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 몰락이 단순한 개인의 추락이 아니라 권력 기반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본다. 한 여권 인사는 “정권 초기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당과 정권을 장악하려 했지만 4·10 총선 참패와 특검 수사로 사실상 정치적 퇴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과거 친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탄핵으로 파국을 맞았듯, 원조 윤핵관 역시 정권과 운명을 함께하며 소진되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권성동·장제원으로 대표되는 친윤 세력은 ‘킹메이커’에서 ‘리스크’로, 권력의 한 축에서 몰락의 상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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