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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고전과 실험이 조화를 이루는 비엔나는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특히 도심에 세계적인 미술관이 밀집해 있어 도보여행만으로 수백 년에 걸친 예술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이 가능하다.
미술관만큼 예술의 도시 비엔나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오스트리아관광청이 가을을 맞아 비엔나 대표 미술관을 깊이 있게 탐험하는 ‘비엔나 아트 트립’을 추천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안목을 보여주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유럽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 세기에 걸쳐 수집한 세계의 예술 유산이 소장된 곳이다.
유럽 미술관 대다수가 왕궁이나 정부 청사 등 기존 건물을 미술관으로 활용한 반면 이곳은 처음부터 미술품을 소장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이 미술관을 짓는 데 20년이라는 세월을 온전히 투자했다.
방대한 예술품과 더불어 웅장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 대계단 홀의 화려한 프레스코 천장화, 장엄한 대리석 계단은 미술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게 한다.
소장품의 규모 또한 압도적이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의 유물, 중세 보석 공예품, 바로크 회화, 르네상스 무기류까지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컬렉션은 5000년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내며 인류 문화의 역사적 가치와 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대형 화랑에는 피터로 브뤼헐 1세의 개인 소장품을 포함해 루벤스·벨라스케스·티치아노·카라바조 등 유럽 거장들의 작품이 시대별로 구성돼 있다. 그밖의 대형 기획전과 특별전은 매년 전 세계 관람객의 발길을 비엔나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가을에는 17세기 플랑드르 출신의 여성 화가 미카엘리나 워티에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 ‘미카엘리나 워티에, 화가’를 개최한다.
워티에는 17세기 여성 화가들이 주로 정물화나 장르 회화를 그리던 시기, 독창적인 구성과 섬세한 유머를 바탕으로 당당하게 역사화를 그려냈고, 17세기 유럽 회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여성 작가 중 한 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바카날’을 포함해 현존하는 모든 작품이 비엔나에 모이는 절호의 기회로 걸작 시리즈 오감(The Five Senses)을 유럽 최초로 한자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특별전은 30일부터 내년 2월22일까지 열린다.
클림트의 황홀경이 펼쳐지는 벨베데레 미술관
오스트리아 바로크 건축의 걸작 비엔나 벨베데레는 상궁, 하궁, 현대미술관 벨베데레 21로 구성돼 있다.
본래 벨베데레는 17세기 후반 오스만 제국군에게 포위된 비엔나를 지켜낸 명장, 오이겐 폰 사보이공의 여름 별궁으로 지어졌다. 장군 사망 후 합스부르크 왕가로 귀속되었고 역사 속에서 다양한 장소로 활용되다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재위 때부터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공식 행사의 무대로 사용되었던 벨베데레 상궁은 현재 구스타프 클림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는 ‘오스트리아 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800년의 세월을 품은 약 400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24점의 클림트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키스(Der Kuss)’는 오스트리아 국외 반출이 금지된 작품으로 오직 벨베데레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또 올가을까지 클림트의 미완성작 ‘신부(The Bride)’를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클림트 컬렉션 외에 9월 말부터 하궁에서는 프랑스 인상주의 3대 거장의 회화 세계를 소개하는 ‘세잔, 모네, 르누아르– 프랑스 인상주의’ 전시가 열린다.
스위스 랑마트 컬렉션에서 엄선된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인상주의의 핵심인 빛과 색채, 찰나의 감각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대규모 기획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시는 25일부터 내년 2월8일까지 열린다.
한편, 현대미술 분관인 벨베데레21에서는 오스트리아 조각가 프리츠 보트루바타계 50주년을 맞이해 그의 다양한 조각 작품과 국제적 영향력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보르투바 인터내셔널’ 전시가 진행 중이다. 그의 추상적 조각 언어와 건축적 조형 세계는 현대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모더니즘의 심장, 레오폴트 미술관
비엔나 현대미술 문화 지구 무제움스크바르티어에 있는 레오폴트 미술관은 비엔나 모더니즘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비엔나 아르누보와 비엔나 공방, 그리고 표현주의 시대 작품들의 보고로 불리며, 루돌프와 엘리자베트 레오폴트 부부가 50년간 열정적으로 수집한 약 6000점의 오스트리아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220여 작품 외에 실레의 자화상과 드로잉·편지 등을 소장하고 있다.
상설전 ‘비엔나 1900’ 또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미술을 총망라하는 컬렉션으로 매년 많은 사랑을 받는 중이다. 비엔나 분리파 운동의 창시자이자 실레가 스승으로 모셨던 구스타프 클림트, 표현주의의 개척자라 불리는 오스카 코코슈카, 선진적이고 독보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요제프 호프만과 콜로만 모저의 주요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또 레오폴트 미술관은 신비주의 예술 스펙트럼을 조망하는 ‘히든 모더니즘: 오컬트에 매료된 1900년대’ 전을 이달부터 내년 1월18일까지 개최한다.
산업화와 과학 중심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신비주의와 오컬트는 20세기 초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감수성을 불어넣었으며 그 영향은 비엔나 모더니즘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클림트, 실레, 코코슈카 등 오스트리아의 상징적 인물들과 더불어 에드바르 뭉크,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알베르트 폰 켈러 등 유럽 작가들의 회화·드로잉·장식예술·문헌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예술가들의 집단적 탐색을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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