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업계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에 강한 내부통제와 이해상충 관리를 적용해 소비자 선택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김동겸 연구위원은 23일 발표한 리포트 이슈분석 ‘일본의 보험대리점 규제 강화와 시사점’에서 일본의 올해 보험업법 개정 내용을 소개하며 국내 GA 판매채널에 대한 감독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포트는 다수 회사의 보험상품을 파는 GA의 판매방식이 소비자 선택 확대가 아니라 대리점의 수익 극대화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일본 금융청은 1996년 보험업법을 손질해 ‘일사전속 원칙’을 풀고 비전속 모집을 허용했다. 이후 여러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승합대리점이 급증하자, 2014년에는 위탁계약 보험사 수나 수수료 규모를 기준으로 한 ‘대형 특정보험모집인’ 개념을 도입했다. 여기에 올해 개정에서는 타 업종을 겸하는 ‘겸업 특정보험모집인’을 새로 정의하고 이들 대형 승합·겸업대리점을 별도 규제 대상으로 묶었다.
개정을 추진한 배경에는 소비자 피해가 있었다. 2016년 이후 실시된 대리점 실태조사에서, 일부 승합대리점이 고객 의향보다는 대리점에 수수료가 더 유리한 상품을 우선 추천하는 비교추천 편향이 확인됐다. 작년에는 중고차 판매·자동차 수리·보험대리점을 함께 운영하던 기업이 수리 과정에서 보험금을 과대 청구한 사건도 드러났다. 기업보험 공동인수 과정에서 복수 보험사가 입찰 전에 정보를 공유해 보험료를 미리 맞추는 ‘보험료 담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내부통제 부실과 이해상충 관리 실패가 구조적 문제로 지목됐다.
일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보험업법을 개정하며 일정 기준을 넘는 승합·겸업대리점에는 법령준수 책임자와 총괄책임자 설치를 의무화하고 불만처리 절차와 겸업엄무 감시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또 보험회사의 겸업대리점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강화해 보험금 지급과 영업 부문을 분리하고 내부통제가 미흡한 대리점에 대해 손해사정을 엄격히 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험회사와 모집인이 계약자가 피보험자, 그 가족과 관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특별이익의 범위를 좁혔다.
특히 15개 이상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었거나, 둘 이상 보험사와 계약하면서 연간 수수료 수입이 10억 엔 이상인 대리점은 특정 대형 승합보험대리점으로 분류돼 이 같은 강화 의무를 모두 지게 됐다.
국내도 일본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GA가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늘었고 자동차 판매점·부동산 중개업소·병원·요양시설 등이 부가 수익원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겸업·간단 보험대리점도 점차 확대 추세다.
감독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손질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발표한 보험판매채널 제도개선 방안에서 대형 GA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최소 준법감시 인력 확보, 영업보증금 현실화 등을 규정하고 6월에 보험업감독규정 개저을 통해 GA의 비교·추천 절차와 수수료 체계를 손질했다. 여러 회사 상품을 취급하는 채널이 소비자에게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했는지, 추천사유를 명확히 안내하도록 설명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아울러 5월에는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를 도입해 보험사가 GA별 판매위탁 위험을 평가하고이를 바탕으로 위탁 규모나 관리 수준을 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일본이 보험회사에 대리점 관리책임을 부과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또 10월에는 그동안 손해보험 상품만 취급할 수 있었던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제도를 ‘간단보험대리점’으로 바꾸고 생명보험과 제3보험까지 취급범위를 넓혔다. 예를 들면 부동산 중개업소가 주택담보대출과 연계된 신용생명보험을, 요양병원이 낙상·상해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요건을 정비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 현장에서 필요한 보장을 한 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일본에서 드러난 것처럼 겸업 구조가 보험금 부정청구나 과잉판매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리포트는 업무위탁·겸업 구조가 확대된 이면에는 중립성 훼손 등의 부작용이 상존할 수 있으므로 운영 실태에 대한 지속적 점검과 불건전·불공정 영업행위에 대한 상시적 감독 체계를 구축하면서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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