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시대다. 획일적인 중앙집권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는 행정서비스와 문화·복지, 국토의 고른 발전에 보다 힘써야겠다.
매년 10월29일은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 목표다. 주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와 자치단체를 통해 지역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민주주의의 기초 단위다.
과제가 적잖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자치 단체장에게 인사권과 재정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현실은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다.
인사·조직권의 중앙정부 통제로 반쪽짜리 자율이라는 게 현실이다.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등으로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지자체장이 필요한 인력을 늘리거나 조직을 신설하는 조직권은 여전히 대통령령과 행정안전부의 기준(총액인건비제 등)에 묶여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시·도 부지사·부시장 및 시·군·구 부단체장의 직급과 정원이 법령으로 명시돼 있다. 인구 규모에 따라 부단체장의 직급(3급 또는 4급 등)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직급을 상향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 광역지자체의 행정부시장·부지사 및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요직은 행정안전부 소속의 국가직 공무원이 임명되거나 중앙정부가 사실상 인사를 조율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지역 내부의 자율적인 승진 체계가 제한되고 중앙정부의 지휘·감독을 받기 쉬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기구를 만들고 싶어도 중앙정부가 정해놓은 직급 기준과 정원 제한 때문에 자율적인 조직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인 것이다.
재정권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지방자치는 중앙정부가 예산과 기준을 정해두면 지방정부가 이를 단순 수행하는 '위임 행정'의 연장선에 가깝다.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는 중앙정부가 사업의 기획, 승인, 예산 배정까지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승인 중심의 제도는 대표적 제한 사항이다. 지자체가 스스로 판단해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대규모 지역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중앙정부(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의 까다로운 타당성 조사와 허가를 거쳐야 하므로 재정 자율성이 극히 제한되고 있는 현실이다.
아무튼 연방제 수준의 재정 분권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가능하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3.2%로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한 자율성과 책임성,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체 조세 수입 중 국세와 지방세(25.4%) 비율을 단계적으로 6:4 혹은 5:5까지 확대해야 한다.
권한 이양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없지 않다. 자치 단체장에게 지나치게 권한(인사·재정)을 몰아줄 경우, 이를 견제할 지방의회나 지역 언론의 힘이 약해 단체장의 '무소불위 권력 남용'이나 선심성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간 양극화 심화 개연성도 크다. 재정 기반이 튼튼한 수도권 및 대도시 지자체에 비해 농어촌 지자체는 재정과 인프라가 부족해 지방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게 불보듯 훤하다.
아무튼 이재명 정부는 지방자치 31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지방분권 및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선 규제 행정부터 개선해야 한다. 지방 이양 사무부터 과감히 넘겨야 한다. 물론 단체장 및 지방의회를 견제할 수 있는 성숙한 주민자치와 민주적 감시 시스템 정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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