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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마약밀매 차단’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주변 해역에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보내자 베네수엘라도 군함을 전진 배치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선 자국민에 여행경보 최고단계(즉시출국 권고)를 발령한 상태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 동영상 연설에서 “조국수호를 위해 상당 규모의 드론을 동원한 영토 순찰 진행” “영해 북쪽으로 함정들이 배치될 것”을 알리며 강대강 대응에 나섰음을 과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미국과 그 극우 동맹 세력의 제국주의적 위협에 대처하고자 국가방어 체계를 24시간 가동 중”이라면서 “아무도 우리 영토 못 건드린다”고 목소리 높였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해로 이어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곳에 구축함 3척과 4000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한 가운데, AFP통신은 미 핵추진잠수함(뉴포트뉴스) 등 함정 2척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두로 체포에 도움을 줄 정보 제공자에 5000만 달러(672억 원) 보상금이 약속돼 있다. 2020년 트럼프1기 때 1500만 달러였던 현상금이 조 바이든 정부 말기인 금년 1월 초 마두로의 세 번째 대통령직 취임을 계기로 2500만 달러가 됐으며, 이를 최근 트럼프정부에서 2배 증액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권력층과 연결됐다고 판단된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태양 카르텔), 현지 기반 중남미 최악의 범죄조직 ‘트렌데아라과’ 등을 겨냥한 소탕 작전을 지시했으며 마두로는 450만 명 규모의 민병대 소집으로 맞섰다.
미국에선 베네수엘라를 마약밀수의 주요 경유지이자 아예 정권 자체가 마약 카르텔과 긴밀히 엮여 있다고 본다. 이를 근거로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왔다고 AP 등 영어권 외신이나 스페인어 매체 엘파스가 지난 1주일간 연이어 언급했다. 앞서 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미국 측 행보의 상징적인 의미를 집중 조명했으며, 심지어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보다 높은 역대 최대 현상금이 마두로에게 걸림으로써 미국의 절박 강경한 입장이 강조된 점을 짚었다.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수입국엔 트럼프발 25% 별도 관세 부과까지 이미 예고돼 있다. 미국의 이번 대(對)베네수엘라 조치는 트럼프 지지층(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요구에도 부합하고 여기엔 미국에서 안정된 삶을 구축한 히스패닉 유권자층이 포함된다. 트럼프 또한 이들 히스패닉 중산층 지지에 기반한 정치적 계산을 마쳤기에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베네수엘라 출신자는 약 77만 명(미 전체 이민자의 약 2%)이며 퓨리서치센터 추산상 이 중 약 48만6000명이 불법체류자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교민사회엔 반(反)마두로 정서가 강하고 쿠바계 미국인들은 반공주의자들이 많다. 쿠바 이민자 2세인 마코 루비오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에서 트럼프의 남미 정책 방향성을 내다본 전문가도 있다. 육지·바다로 중남미와 인접한 플로리다주엔 이들 히스패닉 표심이 선거 승패에 큰 힘을 발휘한다. 플로리다는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지사가 연임 중이지만 민주당 공략이 그만큼 집요한 지역이라 공화당으로선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미 남부 대부분이 그랬듯 플로리다도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엔 민주당이 지배했으나 냉전 구도 속에서 중남미 공산·사회주의 체제를 이탈한 사람들 증가로 1960년대부터 공화당 우세주가 됐다. 하지만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다시 민주당이 세를 늘리더니 1996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 승리로 플로리다의 큰 변화를 드러냈다. 이어 2000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엘 고어를 불과 537표로 누른 이래 플로리다는 미 역사상 ‘최강 경합주’로 떠올랐다. 2008·2012년 대선 때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플로리다를 차지했으며 2016·2020·2024년 트럼프 3연승으로 다시 공화당 강세다.
한편 미국의 베네수엘라 압박이 중국·러시아 견제 효과도 있다. 베네수엘라가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강하게 몰아붙이다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식의 트럼프 기존 행동 패턴과 완전히 다를 것 같진 않으나 여느 사례의 경우보다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더 긴박한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1기 때 군사적 개입이 고려 단계에서 내부 반대에 부딪혀 엄포성 발언으로 끝났던 것과 대비된다. 미 국내적으론 ‘마약·테러와의 전쟁’ 프레임을 씌웠기 때문에 정치적 정당성 확보가 수월할 전망이다.
2019년 4월 미국은 마두로에 맞선 후안 과이도 측 쿠데타 시도를 정치·외교적으로 지원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트럼프1기 국가안전보좌관 존 볼턴 회고록(2020)에 따르면 미국이 베네수엘라 상황을 오판했다. 쿠데타 직전 현지 주요 군·사법계 인사를 만난 미 고위 관리들이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것이다. 당시 과이도와 일부 군 장교들이 카라카스 군사기지를 점거하고 “마두로 정권은 무너졌다”며 국민과 군에 봉기를 촉구했다. 트럼프를 비롯해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즉시 일제히 과이도 지지를 표명했으나 쿠데타는 하루 만에 무산된다. 끝내 군부가 움직이지 않았고 시위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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