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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일본과 미국을 잇는 3박 6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첫 ‘연쇄 정상외교’ 무대로,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연달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셔틀외교 복원과 한미 동맹 강화라는 상징적 성과를 거뒀지만, 구체적 합의 부족과 의전 논란 등으로 여야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 순방 일정을 마치고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방일·방미 순방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첫 ‘연쇄 정상외교’ 무대로, 상징적 성과와 더불어 미완의 과제가 교차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회담을 갖고 17년 만에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고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를 확인한 이번 발표는 파탄 직전까지 치달았던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셔틀외교 재개와 함께 양국 정상 간 신뢰 구축을 제도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어 25일에는 취임 82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산업 협력 강화 및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직접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한국 조선업 기술이 미국 일자리 창출과 산업 부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양국 경제 협력의 상징적 성과로 꼽힌다.
트럼프 ‘숙청·혁명’ 발언 파문에 여·야 평가 갈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에서 숙청 혹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돌발 글을 올리면서 순방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대한민국은 친위 쿠데타 혼란을 극복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며, 국회가 임명한 특검이 사실 확인 중”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그렇다면 오해였다”고 정정했지만, ‘숙청·혁명’ 발언이 남긴 파장은 여전히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여야의 평가는 극명히 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회담을 “굴욕 외교”로 규정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글로벌 호갱 외교”라며 “트럼프의 SNS 발언을 모면하기 위해 등받이에 등도 기대지 못한 채 몸을 낮춘 모습이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미국에 3,500억 달러 투자, 무기 구매, 국방비 증액 등 퍼주기만 했는데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며 “이재명이 김정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려 한다”고 직격했다.
전날 나경원 의원도 “국민이 얻은 실익은 전혀 없었다”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대가로 막대한 부담만 떠안았다”고 평가절하했다. 같은 날 주진우 의원은 “72년 한미동맹 역사상 최대 굴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 성공”이라며 적극 옹호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솔루션메이커가 됐다”며 “트럼프의 오해를 풀어내고 국익 중심 외교를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직접 ‘오해였다’고 인정한 것은 이 대통령의 외교적 수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APEC 참석 의사와 경제 협력 강화 신호는 큰 국익”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이 제기한 ‘의전 홀대론’과 ‘굴욕외교’ 공세에 선을 그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호텔 투숙은 정기 보수공사 때문”이라며 “공항 영접도 미국 측이 사전에 정중히 양해를 구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영화로 치면 극적 반전이 있는 잘 찍은 화제작이었다”며 “양 정상이 보여준 친밀함과 배려는 회담의 성공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익을 지킨 성공적 회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순방이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 출발을 알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러 밀착, 중국의 반발 등 국제 정세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리얼미터 조사(전국 성인 507명)에 따르면 국민 60.7%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협력 확대(18.0%), 정상 간 신뢰 구축(14.0%), 북미 대화 진전(13.9%) 등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긍정 평가는 53.1%(매우 잘했다 37.6%·잘한 편 15.6%)였고, 부정 평가는 41.5%였다. 연령별로는 40·50대 긍정 평가가 높았으나, 18~29세에서는 부정 평가(58.8%)가 우세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 무작위 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5.3%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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