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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보현이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기존의 선 굵은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3일 개봉한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안보현은 내면의 공허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은 청년 ‘길구’ 역할을 맡아서 연기의 폭을 넓혔다.
부산체고 복싱 선수 출신인 안보현은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마이 네임’ ‘군검사 도베르만’ ‘재벌X형사’ 영화 ‘히야’ 등을 통해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존 역할과 비교할 때 약해 보이는 길구는 안보현 연기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다. 단단함 대신 공허함을, 액션 대신 고요함을 보여준 안보현은 “길구가 연기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안보현은 “익숙한 이미지를 넘어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길구를 통해 새로운 연기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나 캐릭터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제과점에서 일하다 새벽 2시가 되면 악마로 변하는 ‘정선지(임윤아 분)’ 그의 아버지 ‘장수(성동일 분)’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이들과 얽히게 되는 길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2022년 촬영을 마쳤으며 제작 과정에서 배우 교체 등을 거쳐 약 3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당시 제목은 ‘2시의 데이트’였다.
길구는 직업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인물로 인형 뽑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보현은 “인형 뽑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내면의 결핍과 불안을 드러내는 행위”라며 “기계 안에서 원하는 것을 끌어내듯 삶에서도 잃어버린 방향을 찾고 싶은 마음이 투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길구를 자의식이 약하고 말투가 어눌한 인물로 설정했다. 외적인 표현도 최대한 절제했다. “스타일링은 회색 계열로 정했고 메이크업도 최소화했다. 말투와 표정에서도 의도적으로 힘을 뺐다”고 전했다.
감정 표현이 서툰 인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대사 외 장면에서도 표정을 비웠다. 특히 무언가에 몰두할 때 멍하니 고정되는 시선과 표정이 길구의 내면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니처가 됐다.
감독과 호흡은 캐릭터 완성에 결정적이었다. “성격이 닮아 금세 편해졌고 디테일한 디렉션도 바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며 “길구라는 인물 자체에 감독의 감성이 많이 반영돼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역 임윤아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감독과 전작을 함께한 배우여서 현장 분위기가 자연스러웠고 사람 냄새 나는 배우 덕분에 연기도 편안하게 풀렸다”고 전했다.
극 중 길구는 선지를 만나며 조금씩 변화한다. 사회와의 단절과 감정 표현의 미숙함, 내면의 공허함이 관계를 통해 차츰 치유되며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자각하게 된다. 안보현은 “길구는 방향을 잃은 채 살아가다 결국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깨닫게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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