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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임대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전국 월세 거래량이 불과 7개월 만에 100만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주택 가구는 전국 960만 가구에 육박했다. 서울의 경우 절반 이상이 내 집 없이 전·월세살이를 하고 있어 ‘월세 시대’의 도래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낀 거래는 105만6000여건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전 같은 기간 80만건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전국 월세 비중 역시 2020년 40.7%에서 올해 61.9%로 치솟았다. 반면 전세는 같은 기간 59.3%에서 38.1%로 하락하며 처음 30%대로 내려앉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서울은 올해 월세 비중이 64.1%에 달해 세입자 3명 중 2명이 월세를 내고 사는 셈이다. 경기도와 인천 역시 역대 최다 거래를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전세대출 보증 축소, 6·27 대출 규제로 전세 퇴거자금대출 한도 축소가 겹치며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내몰린 결과다.
문제는 가격이다. 전세와 월세가 나란히 오르면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5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고, 월세가격지수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고급 아파트에선 월세 3000만원짜리 계약이 체결돼 사상 최고액을 새로 썼다.
이 같은 흐름은 무주택 확산으로 직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무주택 가구는 961만8000여 가구로 전체의 43.6%를 차지한다. 특히 서울은 전체 가구의 51.7%가 무주택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절반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소득과 자산 증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서울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집값이 419%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가구 소득·자산은 그만큼 늘지 못하면서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끼고도 살 수 있는 집은 2012년 3채 중 1채에서 최근 100채 중 3채로 줄어들었다. 내 집 마련이 ‘그림의 떡’이 되자 전·월세로 생활하는 무주택 가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청년층은 소득 증가분 대부분을 월세로 지출하고 은퇴자와 고령층은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이 생활을 압박한다. 전문가들은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는 현 시점에서 세입자 지원 대책 없이는 주거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주거시장은 ‘월세 시대로 전환’되고 있으며 월세 100만 건 돌파라는 수치 뒤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지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로 대출 규제가 이어질수록 월세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주거 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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